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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미술

시각예술 그리고 조각

by Con Lai 2022. 6. 4.

오랜 기간 인간의 조형 욕구를 충족시켜온 대표적인 시각예술로 조각이 함께 한다. 특별한 도구나 연장이 없던 시절에 그림을 그리는 건 조각하는 것보다 훨씬 제한이 많고 소비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바탕으로 쓸만한 평면과 채색할 만한 재료들을 확보해야 할 뿐 아니라 막상 완성된 후 그림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불분명할 때가 꽤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무언가를 깎고 다듬는 일은 하는 이로 하여금 미적 만족을 주는 것과 동시에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쉽게 그 의미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일례로 석기시대의 연장들을 보게 되면 인간의 생존력을 엿보게 될 수 있으며, 그 나름대로 미적 추구를 이뤄냈음을 느낄 수 있다.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의 미적 결정체인 조각예술을 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함께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조각을 하나의 큰 덩어리로 보는 경향이 간혹 있다. 어떤 공간에 조각이 놓이면 그것이 차지하는 부피만큼을 작품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조각이 특정한 공간에 높이면 그 주위 공간 모두 조각의 일부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 전체에 새로운 성격과 특질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각가들은 구멍이나 패인 부분도 Negative Volume이라고 부르며 작품의 구성요소 중 하나로 인정한다. 물질과 공간이 서로 만나 어떤 공간 전체에 새로운 성질 또는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각가는 근본적으로 공간의 재창조자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고대 조각을 보면 사람 형상은 대부분 전신상이다. 고대 로마시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두상이나 흉상이 제작되었다. 이는 죽은 사람의 Death Mask를 떠서 보관하던 습관이 흉상 조각으로 발전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다 르네상스 이후 미술가들이 파손된 채 발굴된 고대 조각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지각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미완성의 미학을 발견했다는 점인데 서양 조각가들은 조각에서 의도적으로 머리, 팔, 다리를 제거한 Torso를 조각의 장르로 인정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Torso는 다양한 표정의 절단으로 인체의 볼륨과 선이 주위 공간과 어떠한 조화 또는 긴장을 자아내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공간의 역할과 의미가 고도로 강조된 조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중에 가서 근대 조각가들은 공간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빈 공간 자체를 덩어리 못지않은 조형 대상으로까지 인식하기 시작했다. 어쩔때는 빈 공간을 더 우선적인 조형 요소로 바라보기도 하였다.

결국 조각이라는 것을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의 한 장르라고 볼 때 우리는 이것이 인간의 공간안에 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고로 조각은 어떠한 공간 안에 인간의 숨을 불어넣는 것이다. 동양의 조각 역시 물질과 자연에 인간들의 흔적을 남기는 시도는 꾸준히 하였지만 서양의 그것처럼 노골적이진 않았다. 서양의 조각은 철저히 인간의 이야기로 전재되었다. 인간과 자연 관계를 주체와 객체 또는 지배와 피지배로 바라보는 이분법적인 시각은 이러한 과정의 결과물인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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