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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미술

미술 시장에 대한 이해

by Con Lai 2022. 6. 5.

미술품은 예술 작품이면서 상품이다. 상품이 유통되기 위해서는 소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생산, 분배, 소비의 과정을 거쳐 미술품이 감상의 대상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가기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 감상 기회를 주는 화랑의 전시도 넓은 의미에서 유통 촉진을 위한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미술품이 유통되는 시장을 미술시장이라고 부른다. 

 

오늘날과 같은 미술 시장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로마시대부터였다. 로마에 미술 시장이 크게 발달한 것은 수많은 정복과 팽창으로 그리스 미술품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스 아프로디테 상과 헤르메스 상 등 아름다운 조각상을 선호한 로마인들은 이런 주제의 그리스 걸작들을 원했다. 그리고 이어진 공급의 한계는 걸작을 모방해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원작과 모작을 뚜렷하게 구별하려는 의식이 없던 로마인들은 아주 만족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리스 미술품이나 그리스 걸작을 소유하는 건 상류 로마인의 상징이 됐다. 

중세 유럽에서는 고대 로마와 같은 역동적인 미술 시장이 보이지 않았다. 중요한 거래들은 도시, 교회, 귀족이라는 한정된 후원자에 의한 주문 생산 방식으로 나타났기에 자유로운 미술 시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후 르네상스 시기에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등 유명 예술가들이 등장하면서 길드의 배타성과 폐쇄성이 본격적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자유 시장으로서의 미술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소비자들을 놓고 화가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림들이 수없이 유통되었다. 19세기에 와서 미술 시장은 오늘날과 굉장히 유사하다. 길드 제도가 완전히 사라지고 시민 계층이 미술품 구매를 주도한다. 

17~18세기에 미술품 경매라는 것도 함께 발달하였는데, 처음에는 조합에서 시행하는 경매를 시작으로 점차 옥션을 통해 이뤄졌다. 미술품 경매의 양대 산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여기에서 나왔다. 20세기 들어 미술품 경매 분야는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은 분야이면서 이윤이 가장 많이 남는 포지션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미술품 가격과 예술적 가치가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한 작품의 가격이 결정되고, 교환되는 데에 나름대로의 사회문화적 그리고 경제적 평가 과정이라는 인간적 활동이 녹아져 있기 . 시장경제에 있어 상품으로써의 예술을 구분할 때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대중 시장의 상품이고, 둘째는 엘리트 시장의 상품이다. 대중 시장의 상품에는 여흥이나 오락을 파는 예술이 속하고, 엘리트 시장의 상품에는 우리들이 흔히 미술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순수미술이 속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엘리트 시장은 전문가 집단과 매스 미디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 시장은 어떻게 보면 투자자 또는 자본가가 중심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엘리트 시장이 순수미술의 보호장치 역할을 어느 정도 한다고도 보기 때문에 이러한 불합리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시장만이 갖는 권위와 역할을 견고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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