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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동남아 그리고 종교

by Con Lai 2022. 6. 1.

동남아는 종교적으로 상좌불교권의 대륙부와 이슬람권의 해양부로 나눠진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영향으로 도교와 조상신을 숭배하는 베트남과 가톨릭이 국민의 80% 이상인 필리핀 일부 지역에서도 외래 문명으로서 위 상좌불교와 이슬람교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동남아에는 전 세계 모든 종교인이 밀집돼있지만 국교가 따로 있지는 않다. 원시불교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미얀마는 국가 전역이 불교 박물관이라고 해도 되며, 이슬람교를 믿는 국민이 약 90%에 육박하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는 세계 최대 불교사원인 Borobudur Temple이 있다.

 

 

베트남 중북부를 제외하고 대륙부 동남아는 상좌불교가 정착하여 왕실의 통치이념으로 자리잡았다. 15세기 이후에는 말레이 반도를 중심으로 해상무역이 크게 발달했는데 그 과정에서 서구 식민주의, 이슬람교, 기독교 등이 전파되는 등 내부적으로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외부의 충격아닌 충격에도 토속신앙은 종교의 영역에 융합되어 생력을 유지해오고 있는 중이다. 동남아의 토속신앙은 모든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애니미즘과 인간의 능력으로 통제 불능한 초자연적인 존재와 직접 소통하려는 샤머니즘, 특정 동물을 숭배하는 토테미즘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는 상호 보완적이면서 중첩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동남아에 이렇게 다양한 토속신앙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확실히 알기 어렵다. 어로, 수집, 채집 등의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형성되면서부터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으며 자연 순응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재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나마 예측하며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재앙으로부터 자유롭고자 노력했다. 특히, 인도에서 유입된 점성술은 미래를 예측하는 수단 중 하나였다. 

이 밖에 동남아 토속신앙 중 하나로 문신을 들 수 있다. 고산지역에 사는 부족민들은 맹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거나 이웃 부족과의 전쟁에서 패배시 부녀자들이 포로로 잡혀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얼굴을 비롯한 신체에 문신을 했다. 이러한 전통은 인도에서 전해져 온 힌두 불교 사상과 융합되어 Yantra라는 문신으로 발전했다. 이 문신은 캄보디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동남아의 인도 화가 캄보디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사실과 유관하다. 승려들도 불교 수행에 집중하고 수행 결과를 더 높이기 위해 이 문신을 선호하는 편이다.

반면, 왕정체제 출현 이전 농경문화를 발전시킨 공동체는 그들만의 신앙체계를 발전시켜 타 공동체와 구별되는 정체성을 마련했다. 베트남의 Xa,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Kampong, 필리핀의 Barangay, 미얀마의 Ywa는 현재에도 통용되는 마을 단위로 현재까지도 마을마다 수호신이 존재한다. 이후 동남아에서의 토속신앙은 불교로 편입되어 왕조의 정통성을 보조하는 장치로서 작용하기도 했다. 

이와 다르게 동남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가장 큰 베트남은 상좌불교권과 다르다. 우선 베트남인은 옥황상제의 존재를 인정하고 모든 신을 통제하고 각 신들을 조정의 관리로 개념화한다. 따라서 옥황상제가 세상 만물의 근원이자 인간을 위한 수호자인 하늘을 다스리는 왕과 동일시한다. 또한 베트남은 척박한 자연환경, 잦은 외침과 자연재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역 간 동질성을 확인하기 위한 종교 제례가 발달했다. Le Hoi라고 부른다. 농업, 어업 등 여러 생계활동 과정에서 용과 거북이에 대한 토테미즘도 형성되어 자연현상을 경계 및 숭배하는 다양한 모교가 발달했다. 일례로 Len Dong이 있다.

또 하나 베트남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은 조상을 숭배하는 것이다. 중국의 유교전통이 베트남으로 전파되어 조상의 영혼이 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각 가정에 조상 제단 또는 사당을 모시고 조석으로 숭배하여 후손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 그리고 설날과 같은 명절에는 조상을 기리는 제사를 꼭 챙기는 편이다.

끝으로 마무리하자면, 일부는 동남아를 다양성 속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지역으로 정의한다. 이질성 속에서 동남아에서만 발견되는 생활환경의 유사성은 상호 간 유대를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세계의 모든 종교가 공존하는 곳 동남아, 그러나 그 기저에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고 인간 스스로가 자연 속의 일원이 되면서 조화를 꾀하는 의지를 표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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