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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미술

동서양 회화

by Con Lai 2022. 5. 31.

회화로 생겨나도 소통되는 의미는 화가, 시대, 지역별로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동양과 서양의 미술은 문명권의 차이만큼 회화, 나아가 미술 자체에 부여하는 의미도 크게 다르다. 작품이 각각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한 문명이 그 문명에 속한 회화에 부여하는 의미와 그 큰 틀 안에 있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 또한 감상에 도움이 된다. 

 

 

우선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찾아보았다. 이런 그림을 문인화라고 부르는데, 문인과 사대부가 수묵담채로 그린 사의화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사의화란 사물의 외형을 닮게 그리는 것보다는 내재적인 의지와 취향을 중시하는 그림을 말한다. 그래서 문인화는 시적인 세계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을 정갈히 닦게 하는 초월적인 경지를 추구한다. 

이런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동양 회화가 중요한 조형 요소로 삼은 것은 선이다. 선은 기본적으로 직관적이고 원초적인 표현 수단이다. 능숙한 만화가나 화가가 선 몇 개로 사물의 특징을 재빨리 표현하는 것을 보면 누구라도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선보다 입체와 형태를 중시하고 이를 따지는 그림은 매우 계산적이다. 그렇기에 전반적으로 이성적인 조화와 균형 아래 놓이게 되는 편이다. 하지만 그만큼 직관의 힘은 많이 사라진다. 그래서 직관과 초월성을 중시하는 동양의 그림은 일찍부터 입체나 형태 표현보다는 선을 표현함에 있어 역량을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동양 회화 나름대로 형태를 연구하고 발전시켰지만 형태나 입체 또한 선이 살아난 다음에야 그 가치를 발휘했다. 

심지어 동양에서는 사물의 다양한 질감이나 덩어리, 공간, 운동, 톤 변화 등도 모두 선으로 표현한다. 동양화에서 준법은 산세나 수목의 질감, 바위나 흙의 느낌 또는 옷 주름 등을 표현하는 화법을 가리킨다. 여기서 기본적으로 준이라는 것은 선이 발달하거나 변형된 것이다. 이렇듯 동양화는 선으로 시각적, 조형적 효과를 대부분 소화해내는 선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직관과 통찰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우주와 대자연까지 꿰뚫어 보고자 했던 모습, 동양 회화는 거기서 의미를 찾고자 하였다.

다음으로 바로크 화가 Peter Paul Rubens가 그린 [삼손과 델릴라]를 찾아보았다. 이런 그림을 서양에서는 역사화라고 하는데 보통 성경에 나오는 일화나 그리스 로마 신화 주제 또는 역사적 영웅을 그린 그림들이 중요한 장르로 꼽힌다. 동양 회화를 대표하는 문인화 혹은 문인 산수화가 주로 산, 수 등 자연을 소재를 활용하여 초월적인 정신세계를 표현하려 했다. 반면 서양 회화의 대표적인 역사화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해 현실의 갈등과 투쟁,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인간적인 덕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서양화에서는 자연보다 인간이 더 중요한 소재였기에 구체적인 인간관계와 현실이 중요한 표현 대상이었다.

서양 회화는 근본적으로 인간과 현실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기독교적 초월성을 추구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고도의 정신세계보다는 구체적인 현실을 이해하고 그 상관관계를 형상화하는 데 더 관심을 보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히 꾸준한 관찰과 과학적인 분석을 밑바탕 삼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그림을 표현한다. 특히 해부학, 원근법 또는 빛과 그림자 등 시각적인 세계에 대해 과학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2차 평면 또는 3차원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전통을 열게 된 것이다. 이처럼 서양 회화는 휴머니즘과 사실 표현에 큰 의미를 두어오고 있다.

이러한 의미론에 따라 서양 회화는 입체적인 형태와 사실적인 색채를 핵심적인 조형 요소로 삼았다. 물론 서양 쇠 화도 데생이라는 장르에서 보듯 선을 중시하고 나름 깊이 연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양 회화의 선은 주로 형태, 그것도 사실적인 형태를 표현하기 위한 보조 수단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데생이나 드로잉이라는 장르 자체가 회화 예술의 중심 장르는 아니라는 말이다. 스케치나 소묘 단계에서는 선이 뚜렷이 나타나나 회화가 완성됐을 때는 사실적인 형태와 색채에 묻혀 애초의 독립된 선은 어렴풋이 물러서거나 사라진다. 서양 회화에서의 선은 이처럼 제한적으로 표현되어있다. 휴머니즘과 리얼리즘에 주된 의미를 부여한 서양 회화는 이렇듯 3차원적인 형태와 사실적인 색채를 적극적으로 구사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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