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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철학

철학 체계에 대한 이해

by Con Lai 2022. 6. 7.

하나의 사상이 철학이라고 불릴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을 때 그것을 철학 체계라 한다. 하나의 사상이 철학 체계라고 불릴 수 있기 위해서 아래 3가지 조건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기존 철학 역사에 대한 일관된 입장 또는 주장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뛰어난 철학 체계는 그 이전의 철학 체계에 대한 일정한 이해, 비판, 극복 등의 과정을 거친다. 어떤 새로운 이론이 맞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 이전의 이론들은 모두 버려진다. 이처럼 철학에서 철학사는 가장 일차원적인 위치를 갖는다. 모든 위대한 철학은 수천 년에 걸쳐 지금까지 이어온 철학사의 끄트머리에 서있다. 즉, 철학사는 어떤 뛰어난 철학자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읽히고 이해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철학사를 어떻게 보는가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은 서로 얽혀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세계에 대한 일관된 개념 체계로 하나의 철학 체계는 정합적인 개념 체계를 제시하여 부여받을 자격을 얻는다. 형이상학, 존재론, 자연철학, 우주론 등 다양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것이 바로 존재론이다. 세계의 각 부분들을 탐구하는 학문을 과학이라고 부른다. 반면, 철학은 세계 내의 어떤 것을 탐구하거나 하는 학문은 아니다. 존재론이야말로 철학의 핵심을 쥐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셋째, 삶에 관련된 것들, 이를테면 윤리학, 정치철학 등 여러 이름을 갖는 것이다. 더 나아가 법철학, 교육철학, 예술철학, 종교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내포한다. 철학사가 철학 체계의 나무의 뿌리라고 한다면, 존재론은 그 큰 가지이며, 윤리학과 정치철학과 같은 것은 가지 끝에 피어나는 이파리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이처럼 기존 철학사에 대한 일정한 입장, 세계와 인간에 대한 해석, 삶의 방향성에 대한 비전 제시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만 철학 체계라고 부를 수 있다. 

서양 철학사에서 플라톤이 이러한 철학 체계를 최초로 갖춘 인물이다. 나아가 플라톤은 인식론, 미학 등의 기초까지 마련하였다. 따라서 플라톤을 이해함으로써 서양 철학사 전반을 훑어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톤 철학이 서양 철학사에 나아가 서양 문명까지 뻗쳐있어 그 영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감각을 넘어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이성의 존재와 이성의 파악 대상인 본질의 실재성을 믿는 각종 유형의 철학 모두가 플라톤에 기초한다고 말할 수 있다. 플라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해 이데아가 존재한다], [존재한다 해도 알 수 없다에 이성이 알 수 있다], [알 수 있다 해도 전달할 수 없다에 우리 모두는 이성을 공유하고 있다].

플라톤이 처음으로 철학 체계를 갖췄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내용을 의미한다. 결국 플라톤을 기준으로 서양 철학사의 전후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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